


고요산 꼭대기에 노을이 활활 타올라요. 옥빛 용 뿔 끝에서 황금 바람종이 뎅그렁, 뎅그렁 신나게 노래해요. 산바람이 불 때마다 온 골짜기가 그 소리를 받아 메아리로 돌려줘요. 서아가 두고 온 종소리는 이제 고요산의 자장가가 되어, 밤이 와도 영영 울려 퍼질 거예요.
세상에 단 한 권. 영원히 간직할 책.
한 권의 Lumora 동화책
서아만을 위해 지은 책
lumora.kids

댕그랑, 댕그랑! 종소리가 등 뒤에서 자꾸만 따라와요. 서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노을빛 바위길을 콩콩 내려가요. 출렁다리도, 고집 센 산양도 이제 무섭지 않아요. "내가 해냈다!" 서아가 두 팔을 번쩍 들자, 붉은 노을이 서아를 폭 감싸 안았어요.


옥빛 용이 후우, 콧바람을 크게 불었어요. 황금 바람종이 흔들, 흔들리더니 딸랑딸랑 맑은 소리를 냈어요. 소리는 산등성이를 타고 굴러가 골짜기 구석구석으로 쫙 퍼져나갔어요. "들려요, 들려!" 서아가 두 손을 번쩍 들며 폴짝 뛰었어요.


용이 커다란 뿔을 쓱 낮춰 주었어요. 서아는 가방을 열어 황금 바람종을 꺼내 두 손으로 꼭 쥐었어요. 짤그랑, 짤그랑! 뿔 끝 바위 고리에 걸고 매듭을 꽉 묶었어요. "이제 됐어요!" 서아가 외쳤어요.


황금빛 안개가 스르르 갈라지더니, 우르릉! 바위 같은 소리가 릿지를 울려요. 안개 속에서 옥빛 용이 몸을 쭉 펴며 천천히 걸어 나와요. 커다란 뿔에 노을빛이 반짝반짝 걸리고, 용은 서아를 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떠요. 서아는 숨도 못 쉬고 그 자리에 딱 멈춰 서요.


하나, 둘, 하나, 둘! 마지막 발판을 콩 딛자 다리가 끝났어요. 서아는 폴짝 뛰어올라 넓은 바위 릿지에 두 발을 쿵 내려놓았어요. "해냈다!" 서아가 소리치자 산양도 뿔을 흔들며 음매 하고 화답했어요.


"하나, 둘! 하나, 둘!" 서아가 산양의 발걸음에 맞춰 소리 내어 세었어요. 산양이 쿵 딛으면 서아도 쿵, 다리가 휘청 흔들리면 서아도 함께 휘청, 꼭 손뼉치기 노래 같았어요. 흔들 다리가 더는 무섭지 않고, 둘이 함께 추는 신나는 춤이 되었어요.


가방을 홱 잡아 빼는데, 산양이 쿵! 앞발을 굴렀어요. 다리가 출렁, 크게 흔들리더니 어라, 다음엔 똑같이 출렁! 서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산양이 걸을 때마다 다리는 늘 같은 박자로 출렁거리고 있었어요.


서아는 몸을 낮춰 산양 배 밑으로 쏙 기어들어 갔어요. 그런데 덜컥! 가방이 난간 밧줄에 걸려버렸어요. 잡아당겨도 소용없이, 가방끈만 팽팽하게 당겨졌어요. "안 돼, 안 돼!" 서아는 발밑에서 출렁이는 다리를 보며 마음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서아는 왼쪽으로 슬쩍 몸을 밀어 넣었어요. 그런데 산양이 쿵! 쿵! 발을 굴렀어요. 다리가 출렁출렁, 아까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어요. "어어어?" 서아는 깜짝 놀라 밧줄을 꽉 붙잡았어요.


다리 한가운데, 커다란 뿔 산양 한 마리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어요. "음메에!" 산양이 콧김을 내뿜으며 서아를 빤히 쳐다봐요. "저기요, 저 좀 지나가도 될까요?" 서아가 물었지만, 산양은 뿔을 휙 흔들며 꿈쩍도 안 해요.


짜잔! 계곡 위로 오색 깃발 출렁다리가 쭉 이어졌어요. 그런데 우르릉 바람이 아래에서 훅 올라오더니, 다리가 휘청휘청 요동을 쳤어요. 밧줄은 삐걱, 깃발은 펄럭펄럭! 서아는 침을 꼴깍 삼키고, 씩씩하게 첫발을 쿵 내디뎠어요.


휘리릭! 산 위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어요. 가방 끈에 달린 비단 띠가 깃발처럼 펄럭펄럭 날아올랐어요. 바위 계단은 점점 가팔라지고, 안개까지 스멀스멀 몰려와 산길을 꽉 좁혀 놓았어요. 서아는 띠를 꽉 붙잡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씩씩하게 내디뎠어요.


폴짝, 폴짝! 서아는 바위 산책로를 신나게 올라가요. 등에 멘 가방 속엔 황금 바람종이 딸랑딸랑 노래해요. "고요산아, 내가 간다!" 서아가 소리치자 발끝에서 자갈이 데굴데굴 굴러떨어져요.

서아에게
한 권의 Lumora 동화책
서아만을 위해 지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