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하준이는 봉황의 깃털에 기대어 붉은 해를 바라보았어요. 문득 둥지에서 크게 외치던 아침이 떠올랐어요. 하준이는 나직이 노래하듯 말했어요. "이젠 알아요, 조용히 불러야 더 멀리 간다는 걸요." 봉황이 낮게 울며 웃자, 하준이도 따라 웃었어요.
세상에 단 한 권. 영원히 간직할 책.
한 권의 Lumora 동화책
하준만을 위해 지은 책
lumora.kids

빛이 나뭇가지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렸어요. 안개 낀 강물 왕국의 지붕들이 하나둘 금빛으로 물들자, 종들이 저마다 댕그랑 울리기 시작했어요. 낮은 종소리, 높은 종소리가 겹치고 겹쳐서, 온 왕국이 한 곡의 노래가 되었어요. 하준이는 봉황의 목덜미를 꼭 안고, 그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어요.


봉황이 높은 봉우리 위, 햇살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린 과수원에 사뿐히 내려앉아요. 하준이는 나뭇가지 사이로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숨을 골라요. 봉황이 부리를 살며시 벌려, 그토록 지켜 온 첫 아침 햇빛을 나무 꼭대기에 가만히 내려놓아요. 하준이가 나직이 말했어요. "우리가 해냈어."


깃털들이 켜켜이 쌓이며, 협곡 사이에 폭신한 비단길 하나가 스르르 열렸어요. 봉황이 그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자, 하준이 몸이 구름처럼 가볍게 붕 떠올랐어요. 발밑에서 깃털이 사르르 밀려나는 게 느껴졌어요. "이대로 끝까지 가자." 하준이가 낮게 노래하듯 말하자,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미끄러져 나아갔어요.


하준이의 노래가 계곡 속으로 조용히 퍼져 나갔어요. 그러자 떨어지던 돌멩이들이 하나둘 멈칫하더니, 폭신폭신한 황금 깃털로 바뀌었어요. 깃털들은 무겁지도 않고 사납지도 않게, 눈처럼 가만가만 내려앉았어요. 하준이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빛나는 깃털비를 바라보았어요.


하준이는 입을 다물었어요. 그리고 낱말 하나 없이, 봉황의 울림에 맞추어 조그맣게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어요. 음도 없고 가사도 없는, 그저 숨결 같은 노래였어요. 하준이의 가슴에서도 봉황의 것과 똑같은 둥근 울림이 퍼져 나갔어요.


하준이는 입을 다물었어요. 말은 그만,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봉황의 가슴에 가만히 귀를 대니, 낮고 둥근 울림이 북처럼 울리고 있었어요. 하준이는 눈을 감고 그 울림에만 조용히 귀 기울였어요.


그런데 조그만 속삭임마저 계곡을 지나며 뾰족한 자갈로 변했어요. 자갈들이 후두둑 떨어져 봉황의 황금 꼬리 띠를 콕콕 찔렀어요. 하준이는 어깨를 움츠리고 입을 꾹 다물었어요. 봉황이 꼬리를 살짝 털며 하준이를 돌아봤어요.


하준이는 봉황의 폭신한 목깃털에 얼굴을 폭 파묻었어요. 커다란 눈이 흔들리는 빛을 걱정스레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하준이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제발, 조금만 더 가 줄래?"


돌멩이들이 우수수 쏟아지며 구름 다리를 이루던 얇은 밧줄을 툭툭 끊어 놓아요. 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하준이는 봉황의 목덜미를 꽉 붙잡아요. 봉황이 입에 문 아침 햇빛도 촛불처럼 깜박이며 자꾸 작아져요. 하준이는 숨을 삼키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해요.


지붕 사이가 너무 좁아지자, 하준이는 봉황의 목을 꼭 붙잡고 크게 외쳤어요. "왼쪽! 왼쪽으로!" 그 말이 계곡 벽에 부딪히자마자, 메아리가 더 사납게 울부짖었어요. 하준이의 목소리는 자꾸자꾸 커지는 소리가 되어 골짜기를 흔들었어요.


돌멩이 하나가 하준이 발끝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봉황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쳐 좌우로 크게 저으며 공중 사원 지붕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어요. 지붕 끝 풍경이 쨍그랑 흔들릴 만큼 아슬아슬했어요. 하준이는 깃털을 꼭 붙잡고, 봉황의 등에 바짝 엎드렸어요.


하준이의 외침이 속삭임 계곡 벽에 닿자, 공기가 움찔 떨렸어요. 어디선가 먹구름이 뭉게뭉게 뭉치더니, 잿빛 돌멩이들이 툭, 투둑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하준이는 봉황의 목덜미를 꼭 붙잡고 눈을 크게 떴어요. "어, 어?" 하준이가 놀라 중얼거렸어요.


구름 둥지 안, 봉황의 부리에 첫 아침 햇빛 한 조각이 조그맣게 물려 있어요. 하준이는 폭신한 깃털 등에 올라타 두 손으로 목덜미를 꼭 잡았어요. "출발!" 하준이가 신이 나서 크게 외쳤어요. 봉황의 날개가 활짝 펴지며, 둘은 보랏빛 새벽 하늘로 솟아올랐어요.

하준에게
하준이가 거대한 황금 봉황을 타고 구름 바다를 넘어 세상을 깨우는 아침 해살을 전하러 떠납니다.
한 권의 Lumora 동화책
하준만을 위해 지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