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방찰방, 밀물이 발밑까지 살금살금 차올라 왔어요. 하은이는 진주 껍데기 매끄러운 등에 살며시 기대어, 따스한 바닷바람을 도란도란 나누어 마셨어요. 노을 성은 붉게, 하은이 마음은 따뜻하게, 나란히 저물어 갔어요.
세상에 단 한 권. 영원히 간직할 책.
한 권의 Lumora 동화책
하은만을 위해 지은 책
lumora.kids

노을이 웅덩이 가득 장미색으로 번지고, 미역 지붕 얹은 조개 성이 발갛게 물들었어요. 꼭대기엔 황금 조개가 조그맣게 반짝였어요. 하은이와 소라게는 나란히 서서, 무너졌다 다시 선 성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어요.


진주 껍데기 문틈으로 두 눈이 살며시 열리더니, 보글보글 웃음 거품이 뽀그르르 피어올랐어요. 소라게는 커다란 미역 줄기를 집게발로 사뿐히 들어, 하은이 곁으로 도란도란 다가왔어요. "우리 같이 지붕을 얹을까?" 하은이가 묻자, 소라게의 집게발이 성 위로 살랑 흔들렸어요.


하은이는 닫힌 진주 껍데기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황금 조개를 두 손에 곱게 받쳐 들었어요. "내가 몰라서 그랬어, 미안해." 하은이가 노을빛 껍데기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어요.


미역 줄기를 살살 풀어 보니, 그 속에 작은 황금 조개 하나가 곱게 묶여 있었어요. 웅덩이 조개 중에 제일 반짝이던, 하은이가 눈여겨보던 바로 그 조개였어요. 성을 부수려던 게 아니라, 소라게는 제일 예쁜 것을 선물하고 싶었던 거예요.


무너진 조개 틈을 하나하나 골라내던 하은이 손끝에, 미역 줄기 꼬임 속 작은 빛이 반짝반짝 걸렸어요. 살랑살랑 흔들리는 초록 줄기를 살며시 풀어보니, 그 사이로 무언가 노랗게 숨어 있었어요. 하은이는 궁금한 눈으로 손을 뻗어, 그 반짝임을 조심조심 끌어당겼어요.


하은이의 목소리가 웅덩이에 쩌렁쩌렁 울리자, 소라게는 큼직한 두 눈을 껌벅껌벅했어요. 딸깍, 커다란 진주 껍데기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문을 꼭 닫아버렸어요. 붉은 노을 아래, 웅덩이엔 하은이 혼자 남았어요.


철퍽, 젖은 미역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조개 기둥을 덮치더니, 분홍빛 탑이 와르르 옆으로 쓰러졌어요. 하은이는 눈물이 핑 돌아 소라게를 향해 소리쳤어요. "저리 가! 내 성 망가뜨리지 마!"


하은이가 팔을 흔들며 “이리 와, 같이 놀자!” 부르니, 소라게는 집게발을 딸깍딸깍 벌려 인사를 했어요. 그러고는 기다란 미역 줄기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자랑하듯 하은이의 조개 기둥 한가운데에 툭 내려놓았어요.


하은이가 조개를 딸깍딸깍 부딪히자, 말랑한 해초 숲이 사르르 흔들렸어요. 그 틈에서 포니만큼 커다란 진주 껍데기 소라게가 딸깍딸깍 집게발 소리를 맞추며 엉금엉금 다가왔어요. 노을빛에 껍데기가 발그레 빛나고, 눈은 하은이를 말똥말똥 바라봤어요.


불가사리들이 별처럼 콕콕 박힌 넓적한 바위 광장에, 하은이는 사뿐히 자리를 잡았어요. 분홍빛 조개를 하나둘 동그랗게 둘러놓으며, 도담도담 노을 성의 기둥을 쌓아 올렸어요. 기둥아 기둥아, 튼튼하게 서라, 하은이는 마음속으로 노래하듯 빌었어요.


바닷물이 멀리멀리 빠져나가고, 반짝이는 웅덩이 길이 열렸어요. 조개 바구니를 안은 하은이는 종종종, 바위 광장을 향해 걸어가요. 노을이 벌써 발끝에 살랑살랑, 분홍빛으로 따라와요.

하은에게
노을이 물드는 썰물 웅덩이에서 커다란 소라게 친구와 오해를 풀고 함께 멋진 조개 성을 완성하는 이야기.
한 권의 Lumora 동화책
하은만을 위해 지은 책



